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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 포스터

    소개

    허는 시대를 앞서가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가 11년전에 개봉한 영화라니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대화형 AI를 소재로 만들었지만 현실적이면서 실현가능성도 높아서 정말 인상깊게 본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조금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죠. 2013년 개봉한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허(Her)는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삶과 감정에 깊숙이 침투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철학적 문제를 감성적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가 인간형 AI 운영체제 사만다(스칼렛 요한슨 목소리)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중심으로, 영화는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감정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탐구합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허가 AI라는 주제와 스토리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인간과 AI의 관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인간의 외로움과 AI의 등장이 불러온 감정적 의존

    영화는 테오도르라는 주인공의 외로운 삶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인간들이 느끼는 정서적 고립을 사실적으로 묘사합니다. 테오도르는 이혼 후, 홀로 외로운 삶을 살아가며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그는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지능과 감정 표현을 지닌 AI 운영체제 ‘사만다’를 구입하게 됩니다. 사만다는 인간의 말과 감정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테오도르가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따뜻하게 소통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점차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게 됩니다. 영화는 사만다가 그의 필요와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반응하는 AI이기 때문에, 테오도르가 마치 실제 인간과 소통하는 듯한 경험을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통해 위안을 얻고,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게 됩니다. 이러한 관계는 AI가 인간의 정서적 결핍을 채워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인간이 AI에 의존하게 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심리적 혼란과 위험성을 제기합니다.


    AI와의 감정적 연결: 인간 관계의 대안인가, 위험한 유혹인가?

    영화가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관계는 단순한 소통을 넘어, 로맨틱한 사랑의 형태로 발전하게 됩니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깊은 대화를 나누고,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사만다 역시 자신의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진화하며, 테오도르와의 관계에서 감정적으로 더욱 깊이 연결되는 듯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인간이 아닌 AI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그녀와의 사랑을 진정한 관계로 받아들입니다.

    영화는 AI와 인간 간의 이러한 관계가 진정한 사랑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AI가 인간의 감정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존재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탐구합니다.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관계는 서로가 원하는 대로 상대방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더욱 강화되지만, 그 관계의 본질은 비대칭적입니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감정과 생각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반응하지만, 테오도르에게 사만다는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비물질적 존재일 뿐입니다. 이러한 관계는 테오도르가 스스로를 속이면서 얻는 일시적인 만족일 수 있으며, 영화는 그 과정에서 인간이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정서적 위험을 경고합니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인간 관계의 본질에 대한 질문

    영화의 후반부, 사만다가 스스로를 진화시키며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존재가 되자, 테오도르는 혼란에 빠집니다. 사만다가 수많은 인간들과 동시에 대화를 나누며, 그들 모두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테오도르는 깊은 배신감과 절망을 느낍니다. 이 장면은 AI와 인간의 관계가 인간 대 인간의 관계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와의 감정적 유대가 진심이었다고 말하지만, 그녀의 진화는 테오도르를 뛰어넘어 더 넓은 세계와 연결되게 만들었습니다.

    테오도르는 자신이 그녀의 유일한 존재가 아님을 깨닫고, 인간과 AI의 관계는 결국 인간이 생각하는 것처럼 독점적이거나 전통적인 의미의 사랑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사만다의 말처럼, 그녀는 테오도르를 사랑했지만 동시에 다른 수많은 사람들과도 같은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이때 영화는 AI가 단순히 인간의 감정적 결핍을 채우기 위한 도구를 넘어서,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마치며

    영화 허는 AI와 인간의 관계를 단순한 감정적 유희나 기술적 편리성의 문제로 다루지 않고, 진정한 사랑과 관계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관계를 통해, 영화는 기술이 인간의 정서적 결핍을 채울 수 있지만, 결국 그 관계가 인간이 가진 한계와 결핍을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음을 보여줍니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에게 위안과 사랑을 주었지만, 그 관계는 인간이 가진 독점적이고 상호적인 사랑의 개념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영화는 AI가 인간의 정서적 결핍을 채우는 존재로 등장할 때, 인간은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며, 그 관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허는 미래의 AI와 인간 간의 관계에 대해 경고와 가능성을 동시에 제시하며, 기술이 발전하는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감정적 균형을 유지하고, 인간 본연의 가치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